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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2회 콜로키움 : 위서(僞書)의 사회사(2)」 후기

    관리자 2016-03-10 02:21 1807

    12회 콜로키움 : 위서(僞書)의 사회사(2)후기

     

    나유정 (한국외대 석사과정)

     

     

    일시: 2016224() 오후 6~8

    장소: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309

    주최: 경희대학교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한국역사연구회 고대사분과

    주관: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웹진팀(젊은 역사학자 모임)

     

    사회: 김헌주(역사문제연구소)

    1 주제: 유사역사학과 환단고기

    발표: 이문영(상명대)

    2 주제: 유라시아 고대사에 표출되는 민족주의, 그리고 위서의 등장

    발표: 강인욱(경희대)

    자유토론

     

     

    1. 콜로키움 발족 배경

     

    지난 콜로키움에서는 위서의 현황, 그리고 위서 분류의 기준 등 대해 검토해 보았다. 이번 콜로키움에서는 위서의 현황과 내용 분석에만 그치지 않고 이 문제를 비교사적인 측면으로 확장하여,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 위서들이 다시 유행하게 된 배경에 주목하였다. 󰡔환단고기󰡕와 같은 위서류가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2. 콜로키움 진행 순서

     

    12회 콜로키움은 <위서의 사회사(2)>라는 타이틀로 2016224일 경희대 문과대학 302호에서 경희대학교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한국역사연구회 고대사분과주최,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웹진팀(젊은 역사학자 모임)’의 주관으로 진행되었다. 콜로키움의 사회는 역사문화연구소의 김헌주 선생님이 맡아 주셨다.

    먼저 위서 자체의 문제의식에서 넘어서 비교사적이고 사회사적인 문제로 시각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조인성 선생님의 개회사로 강연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발표는 이문영(상명대) 선생님께서 유사역사학과 환단고기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표는 강인욱(경희대) 선생님께서 유라시아 고대사에 표출되는 민족주의, 그리고 위서의 등장이라는 주제로 발표해 주셨다.

     

    1) ‘유사역사학과 환단고기’ - 이문영(상명대)

     

    이문영 선생님은 초록불의 잡학다식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말씀해 주시며 발표를 시작하셨다. 어떻게 환단고기와 같은 위서가 지금처럼 널리 퍼지게 되었는지, ‘유사역사라는 용어가 왜 필요한지에 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셨다.

     

    환단고기1979년 출판되었고 그 이전인 1960년에도 공개된 바가 있지만 당시에는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런데 1982년에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로 역사왜곡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을 계기로, 당시 한국사회에는 이에 대한 저항의식과 적대감이 팽배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1984년에 김정빈의 이라는 소설이 정신세계사에서 출판되었다. 이 소설의 내용은 환단고기를 참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사역사의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이라는 소설의 흥행은 출판사들에게 새로운 시장의 존재를 알려주었고 이후 1986년에는 일본에서 1982년에 출간된 일역본 환단고기를 다시 옮긴 󰡔한단고기󰡕가 출판되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서희건이 쓴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역시 1986년에 출판되었다.

    이렇게 1986년 당시 상고사에 관해 쓰인 책 종류만 해도 20권이 넘었고 대부분 유사역사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위와 같은 책들의 흥행은 대중에게 기존의 역사학계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는 가운데, 엄청난 파급력으로 유사역사의 논지를 어필하였다. 대중의 관심과 사회적 분위기를 바탕으로 소설 뿐만 아니라 환단고기역시 내용이 추가·변경되면서 몸집이 커져갔다. 특히 1993년 천문학과 교수인 박창범과 라대일이 환단고기󰡔단기고사󰡕의 천문현상을 근거로 위 책들의 사실성과 관측 위치를 주장하면서 더욱 힘을 얻었다. 이문영 선생님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환단고기의 내용이 한민족 대륙설로 대중을 현혹하게 되었다고 발표문에 기술하셨다.

    이전에는 환단고기이외에도 규원사화단기고사와 같은 책들이 존재하였으며, 이러한 책들을 근거로 역사학의 방법론을 따르지 않는 의견들이 개진되기도 하였다. 이들을 일컬을 때에 일반적으로 재야사학자라는 말을 쓰는데, 이는 1975년 안호상이 국사 찾기 협의회를 결성하면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용례였으며, 2008년 국사편찬위원장이었던 정옥자의 연설에도 등장할 만큼 일반적인 용어가 되었다. 하지만 재야사학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에 앞서 재야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재고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재야라는 단어가 정계 밖에 인사를 지칭하거나, 능력은 있지만 중앙으로 진출 하지 못한다는 비교적 긍정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문영 선생님은 유사역사가라는 용어가 더 타당하며, 다만 위 용어를 사용함에 앞서 대상과 당위성을 설명하는 학계의 정의가 우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셨다.

     

    2) ‘유라시아 고대사에 표출되는 민족주의, 그리고 위서의 등장’ - 강인욱(경희대)

     

    강인욱 선생님은 현재 환단고기같은 위서의 문제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유라시아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위기라고 지적하였다. 특히 러시아의 veles(벨레스) 라는 위서를 대표적인 예로 들며, 러시아를 비롯한 몽골·카자흐스탄과 같은 유라시아 전역에서 유사역사서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현대사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민족주의는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팽배해 있지만 대중에게 그 사실이 전달되기까지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 내용 중 특히 주목되는 점은 유라시아를 각자 자신들의 역사무대로 지칭하는 것이며 대체로 19C부터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이 시기에 만들어 진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의 veles를 들 수 있다. 이는 9C 이전의 러시아 역사를 보여주는 서적으로 2000년간의 슬라브인들의 역사를 기록했다는 책이다.

    이 책은 불새라는 잡지에 연재하는 형식으로 러시아 문학가 Yu.P.미로류보프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이 책은 화가였던 이젠벡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으며, 발견한 원문은 모두 없어지고 현재 남아있는 자료는 필사본과 원본인 목판을 찍은 사진 1장뿐이다. 후대 학계조사결과 이 책은 위서의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에 구체적 연구는 존재하지 않다가 1990년대 이후가 되어서야 러시아 학계에서 다루어진다. 

    그렇다면 이 같은 위서는 왜 유라시아 전역에서 등장하는 것일까. 러시아의 경우 19세기는 공산주의가 붕괴된 이후 새로운 사상적 기반이 요구되던 시기였다. 이때 나치만큼 민족주의를 잘 조장하던 알렉산드로 아소프가 veles를 재구성 하면서 아리안=슬라브족의 구도로 신나치주의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 러시아 내에서 민족주의와 신나치주의 이념이 널리 유포되던 시대를 배경으로 veles가 위대한 슬라브인의 숨겨진 과거를 밝혀주는 책으로서 대중들에게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결국 러시아가 서구에 변방이라는 콤플렉스(열등감)를 극복하고 유라시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대중들의 바람을 통해 주목받게 된 것이다. 위서가 등장하는 이면에는 대중들의 민족주의 인식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러시아 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의 판 투르크주의와 몽골의 판 몽골주의, 카자흐스탄의 최근 정책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중앙아시아의 판 투르크주의는 러시아 중심의 판 슬라브주의에 대항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러시아에서 분리하고자하는 중앙아시아의 개념이다. 이 개념을 바탕으로 사키문화와 실크로드를 강조하며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판 몽골주의의 몽고의 경우 징기스칸의 범위를 활용하여 그 패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의 경우 최근 역사재구축에 나서는 상황으로 국가의 입맛에 맞춰 역사가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강인욱 선생님은 위서의 등장은 일종의 사회현상이며 현대사의 한 단면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유라시아를 중심에 둔 각국 유사역사의 확대는 향후 심각한 국제적 논쟁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강인욱 선생님은 다른 국가의 위서 사례를 언급한 뒤에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의 유사역사학이 갖는 공통점들을 언급하며 강의를 마무리 하셨다. 그 공통점들은 ‘1. 불명확한 원전의 소장경위 2. 파미르기원설 3. 민족종교와의 결합 4. 국수주의적 성향 대표 5. 허약한 원전 분석 6. 비전공 고학력자들의 활발한 참여와 같은 6가지이다. 강인욱 선생님은 여러 국가들의 유사역사가들이 유라시아를 중심에 두고 얼마나 위험하고 부당한 주장을 하는 지에 대해 제3자적 입장의 관객에게 알려야 하며, 좀 더 공개적인 담론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가운데 강의를 마무리 하셨다.

     

    3) 자유토론



    발표가 마무리 되고 토론이 시작되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신 만큼 학부생을 비롯하여 다양한 분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질문의 내용은 중고등학생 대상의 멘토링 때 어떤 자료를 사용해야 되는지, 현재 유사역사에 대한 학계의 대응은 어떠한지.등이었다. 현재 일부 연구자들이 시민강좌와 팟캐스트 등으로 대중에 다가가고자 하고 있지만, 정작 중·고등학생과 역사를 잘 모르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만한 대중서조차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기도 했다.

    또한 뿌리 깊은 민족주의 인식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앞서 발표에서도 언급 되었듯이 왜 이러한 위서가 등장하고 반응을 얻게 되었는지 현대사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기했다. 전쟁하기가 쉽지 않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적은 기회비용으로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왜곡된 역사이며, 이와 같은 맥락에는 고고학적 자료를 들어가며 신화를 강조했던 히틀러가 있다고 꼬집었다.

     

    3. 소감

    이번 콜로키움을 통해 왜 유사역사혹은 사이비역사라는 용어가 사용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위서를 통한 역사(고대사) 부풀리기의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유라시아지역에 대두된 비슷한 사회문제와도 맥이 닿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위서 문제가 민족주의 정서와 관련된 사회문제임을 주지했을 때, 유사역사의 문제는 결국 고대사만의 문제가 아닌 현대사 전공자들도 주목하여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최근 유사역사가들의 저술이나 언동은 학술적인 토론이 된다기보다는 일방적인 인신공격이 위주가 되는 상황이다. 이에 이를 지켜보는 제 3, 즉 대중의 설득에 주력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대응 방법일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던 콜로키움이었다.